내 소원은 40대에는 물리치료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절대. 절대. 절대.
내가 그리는 40살의 나는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고,
병원 안에서 시간을 묶여서 보내지 않을 것이다.
자기계발을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면서 나태하게 도태되었을 때의
40대의 모습은 안 봐도 눈에 선하다.
사회성이든 뭐든 어디 하나 결여된 의사 밑에 직원으로 일하며
의사 입맛에 맞춰서 눈치보고 일하고, 간호조무사와의 트러블, 환자들에게 받는 스트레스
그리고 치료실 안에서 같이 근무하는 직원으로 인해 생기는 또 다른 스트레스까지
뻔하다. 하지만 그만두지 못할 것이다.
왜냐면 나이가 찼으니까. 경력이 찼으니까.
다른 직업에서는 의아해한다.
경력이 쌓이면 좋은 거 아니야?
아니다. 다른 보건 계열은 모르겠는데 물리치료사는 아니다.
통증치료실, 의원에서 일하는 여성 물리치료사의 경우,
4~5년차를 황금기라고 부르며 5년차를 넘어서서 1n년차가 되는 순간 의사들은 고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비싸니까. 월급 많이 줘야 하니까.
그들은 그저 병원이라는 사업장의 사업주로서 물리치료사는 인건비일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아까워하는 부분이 인건비다.
물리치료사는 국가고시의 낮은 난이도, 무자비한 학과 개설 덕분에
매년 수많은 신졸 물리치료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보건 계열, 안전한 직장 보장이라는 메리트로 이상한 소문이 났는지
물리치료사 입학도 치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발 오지마 돌아가.....)
초봉, 최저 월급을 줘도 되는 신입 물리치료사들이 쏟아져나오고
의사 입장에서 물리치료는 그저 단순 업무라고 치부하기에
굳이 돈을 더 주면서까지 연차 높은 물리치료사를 고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지난 직장에서 병이 나서 퇴사할 때
다음 들어올 선생님 이력서를 실장님 옆에서 같이 봤었다.
이력서는 이메일로 받았었는데 신졸부터 4-50대 선생님까지 다양했다.
그 중 아직도 안 잊혀지는 4-50대 선생님의 이력서가 있다.
그 선생님은 본인 이력서 파일을 첨부하고 이메일 본문에 사족을 하나 남기셨다.
"년차 많은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월급은 적게 주셔도 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 문장은 나에게 정말 큰 충격이었다.
본인 년차가 많이 쌓였으니, 나이가 많으니 내 월급을 깎아서라도 뽑아달라고 굽히는 모습이.
씁쓸하지만 이게 이 바닥에서 경력 단절된 중년 여성 물리치료사의 현실이다.
우리는 동네 한바퀴 산책만 하더라도 쉽게 정형외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물리치료사들이 근무하는 병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디든 있어서 취업은 할 수 있지만 절대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없는 곳.
연봉 상승에 한계가 있는 곳.
퇴사하고 싶어도 년차가 있으니 참고 눌러붙어야 한다는 선생님들을 보며
나는 절대 병원에 치료사로 오래 있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지금은 그저 내 경제적 자유의 수단이자 하나의 발판으로 이용할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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