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좆소 중 좆소다.
직원 수가 원장 포함 열손가락 안에 드는 이 작은 병원에서 오만 자잘한 이슈로 하루하루 들들 볶는다.
진짜 별일도 아닌 거 가지고 눈치보고 참고 난리치고 짜증내고 히스테리부리고 그걸 다 받아줄 수밖에 없는 나.
2. 나 외에 9n년생이 없다.
20대 중반도, 20대 후반, 30대 초반도 존재하지 않고 나랑 나이차이 제일 덜 나는 사람이 8n년생이다.
세대 차이가 나고 관심사가 다르니까 대화거리도 없다. 시대에 따라 가치관도 다르다보니 억지로 대화하면 불편하기만 하다.
정말 겉만 도는 의미없는 이야기들 외에는 할 말도 없다. 차라리 일이라도 열심히 하고 싶은데 환자도 안 오고 고요함이 괴로웠다.
3. 정상이 없다.
물론 그들 눈에 나 또한 정상이 아닐 수 있다.
지킬앤하이드 대사에 비정상들 사이에서 정상인은 끝까지 정상으로 남을 수 없다. 와 비슷한 말이 있는데 그게 맞다.
비정상인들이 모여있는 직장이라면 바로 나오는 것이 정답이다.
그곳에 1년 머물면 내가 정신병이 들고, 2년 머물면 내가 그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 된다.
4. 결국 돈보다는 사람
그런 비정상 직장에서 2년동안 고민한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다른 공고랑 비교했을 때 월급이 상대적으로 괜찮았다.
이 직장에서 1년 채우고 구인 공고들을 훑었을 때 지금 근무하는 곳이 제일 나았다.
그리고 그 점으로 혼자서 갈등하느라 나를 괴롭게 해서 결국 정신과까지 다녔다.
입사 전에는 전 직장보다 100만원 더 벌면 행복할 것 같았는데
100만원이 더 입금되어도 행복하지 않은 나를 보면서 더이상 내게 돈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이것도 이 과정을 거쳐서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5. 단 한 번의 토요일도 쉬지 못한 점
근무 시작할 때 평일 주 5일 / 격주 토 휴무 중에 고민이 참 많았다.
지난 직장에서 주 6일 풀근무를 했던 나에게는 둘 중에 뭐가 됐든 행복한 고민이었다.
매주 쉬는 평일 휴무 주5일제를 고르고 현명하다 생각했다. . . .근무해보기 전까지. . . .
고향에서 근무하는 게 아닌 연고지 없는 타지에서 근무하던 나에게
주말에 쉴 수 없다는 건 아주 치명적인 단점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토요일에 반나절만 근무하기에 어디 가라고 하면 갈 수는 있지만 ..... 알지 않는가 ....
금요일 밤부터 휴일인 것과 토요일 오후부터 휴일인 것은 정말 너무너무너무 다르다.
친구들과의 주말 여행도 가지 못한다.
친구들과 만남에 늘 오후 점심시간 지나고 뒤늦게 합류한다.
본가에 빨리 내려가도 토요일 저녁이었다.
돌아가신 할머니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하고 보내드렸다.
6. 커피 사줄 돈으로 밥을 줘
내가 이번에 다닌 병원은 월급에 식대가 포함이라 식사가 따로 제공되지 않았다.
전 직장은 구내 식당이 있어서 밥이 나오는 곳이었고 워낙 집에서 도시락 싸는 짠순이었던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것도 1년까지였다.
일단 뭘 먹을지, 내일은 뭘 싸올지 퇴근하고 쉬지 않고 도시락을 싸야 하거나
아침에 눈뜨자마자 도시락부터 챙겨야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번거롭다.
이러한 행위들로 에너지와 뇌를 사용한다는 게 너무너무 아까웠다.
그리고 자취생이 도시락을 챙겨봤자 얼마나 든든하게 챙기겠는가
급한 날은 대충 떼우고 그러다보니 얼굴 안색도 많이 안 좋아지고 면역력도 떨어졌다.
그래도 모순적인 장점이라면 원장이 주 2회는 커피를 샀는데
커피는 알아서 마실테니까 그걸 돈으로 주든지 밥값을 주든지 밥을 주든지 식대를 올리든지 싶더라.
7. 배울 점 하나 없는 상사
나는 인간 스펀지 그 자체라 환경을 많이 타는 사람이다.
대학생 때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알바할 때는 이 달의 칭찬 직원이었지만
중년들 많이 다니는 등산로 편의점에서 근무할 때는 저 구역 또라이 알바생이었다.
하루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직장에서 그런 인간 스펀지인 내 곁에
지식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언행적으로도 배울 점이 하나도 없는 나잇값 못하는 인간 옆에서 근무하게 됐다.
병원은 근무 특성상 파티션도 없고 긴 데스크에 의자들만 나란히 놓여서 일하는 경우가 거의 대다수인데
그런 사람과 강제로 대화하고 함께하며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느새 나도 그 사람처럼 비관적이고 무식해지고 있다는 걸 자각하게 되었을 때 무서웠다.
배울 점 하나 없는 사람 곁에서 아무것도 안 배우면서 편안하게 나는 추락하고 있었던 것이다.
8. door to door 1시간
집 현관문에서 치료실 문까지 1시간 걸렸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닌데 이사가게 되면서 출근시간이 두배로 길어졌다.
2호선, 9호선이라는 악명 높은 전철에 묻힌 3호선이라는 지옥철을 타고 끝에서 끝까지 가게 된다.
그게 또 수월하냐고 밖은 추워도 전철 안에서만큼은 패딩 안이 땀으로 가득 찼다.
사람들 사이에 낑겨서 도시락 가방을 들고 다니는 내 모습을 제삼자의 시점으로 내려다본다면 짠했을 거 같다.
안 그래도 체력이 바닥인 나는 이미 전철에서 체력의 50%를 소모했다.
1시간 정도는 다닐 수 있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나한테는 너무 무리였고 30분일 때랑 1시간일 때는 일상 자체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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